’교육전쟁’, ’더 발칙한 한국학’, ’서울의 잠 못…’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와 문화를 거침없이 비평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됐다.국내 외국인 체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늘었고 책이나 방송을 통해 ’유명인’이 된 외국인도 덩달아 늘어났기 때문에 새로 나온 책들의 저자들 이름도 꽤 익숙하다.
2000년 한국에 들어와 책 ’마틴씨, 한국이 그렇게도 좋아요?’, ’히딩크 평전’을 썼던 청심국제중고 교사 마틴 메이어 씨는 신작 ’교육전쟁’(글로세움 펴냄)에서 “위기의 한국 교육을 구하자”고 외친다.
그는 자신의 꿈을 아이의 꿈인 것처럼 강요하는 학부모들,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인간 복사기’를 만드는 학교, 입으로는 ’토론’, ’창의성’을 외치나 그마저도 일류대학 입학의 도구로 삼는 태도, 부적절한 영어 교육, 부족한 성교육 등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꼬집는다.
그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애정을 담은 조언과 쓴소리를 쏟아붓는다. 아이와 부모의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 선조들의 지혜와 견식 등 긍정적인 조건을 교육에도 충분히 활용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자발적인 학습으로 이끌며 인격과 창조성을 길러주는 쪽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면 된다고 강조한다.
J.스콧 버거슨 씨는 ’맥시멈 코리아’(1999), ’발칙한 한국학’(2002), ’대한민국 사용후기’(2007) 등 한국 문화 비평서만 세 권을 썼던 문화비평가로 최근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더 발칙한 한국학’(은행나무 펴냄)을 내놓았다.
저자들은 외국인 강사로 일하다가 학원장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주말 수업을 강요받은 일화나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 속여 일하는 비영어권 영어 강사들, 애정이 있는 ’우리 동네’인 종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벌어지면서 이방인 취급을 당했던 일 등 씁쓸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나 이들은 홍대 문화사나 북한 방문기, 한국인 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과의 사랑 이야기 등 솔직하게 자신들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풀어놓는다. 게다가 이들의 글은 단순한 감상문에 그치지 않으며 진지하게 인생과 문화, 사회를 성찰하고 비평한다.
KBS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해진 독일인 베라 홀라이터 씨는 한국에서 보낸 1년간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문학세계사 펴냄)을 내놓았다.
그는 서울에서 겪은 일화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출퇴근길의 번잡한 지하철, 외국인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면전에서 큰소리로 흉을 보는 사람들, 입시 지옥, ’국민 스포츠’처럼 너도나도 뛰어들고 더 잘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미팅과 소개팅, 채식주의자 메뉴가 없는 음식점들 등을 거침없이 비판한다.
이 책들의 일부 내용은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을 단순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기도 하다. 몇몇 한국인 독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만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와 한국인을 경험한 외국인들의 시선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버거슨 씨가 ’더 발칙한 한국학’의 서문에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말은 꽤 의미심장하다. 그는 전작 ’대한민국 사용후기’ 출간 당시 일부 독자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내가 그리 좋은 ’사회 평론가’는 아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그저 ’한국을 잘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오랜 시간 이곳에 머문 ’외국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