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지영 미국 뉴욕주 Centereach High School 11학년
얼마 전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에서 열린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 다녀왔다. 그 대회에는 김연아 선수가 출전했는데 기대했던 대로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훌륭했고, 모든 관중들은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쳤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마치 우리나라 관중들처럼 외국 관중들도 김연아 선수가 제일 완벽했고 최고라고 칭찬하면서 대기실에 들어가는 김연아 선수의 뒷모습까지 사진과 동영상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잘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어서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찬사를 보낸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객들의 응원 모습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다. 김연아 선수가 나왔을 때만 유독 흥분하고, 소리를 지르고,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음 경기는 보지 않고 썰물같이 빠져 나가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 관중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두 피땀 어린 연습을 하고 나왔을 텐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관중들은 그들에 대한 박수에는 인색했다. 우리나라 선수에 대해서 더 큰 박수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도 역시 예의를 표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거듭하였다.
이곳 미국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또한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제일 많이 아는 것은 한반도가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어 있다든지(더욱이 북한이 뉴스에 더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남한보다 북한이 더 유명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전쟁이 과거에 있었다는 정도이다. 조금 아는 사람들은 남한이 최근에 잘살게 되었다는 말도 한다. 우연히 만난 어떤 외국인은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난 그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나라의 수준을 판단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과거 50년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경제적 부를 뒷받침할 품위와 여유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지나친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응원을 갈 수 있는 경제적 부는 이루었지만 경기를 즐기면서 응원하는 여유는 아직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 우리나라가 정말 잘살게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몇몇 최강대국만 빼면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잘사는 나라가 됐으므로 이제는 경제적 부의 축적과 더불어 나라의 품위까지 갖추어야 할 시점에 온 것 같다. 나라의 품위, 즉 국격(國格)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우리 개개인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