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브라질의 기적

거듭난 삶 2009. 12. 21. 18:24
728x90

누가 가난한 삼바라 했나 브라질의 기적

  • 상파울루·리우=조의준 특파원 chosun.com

입력 : 2009.12.21

 
상파울루·리우=조의준 특파원

놀라운 경제 성장
월드컵·올림픽 유치 돈·인재 전세계서 몰려
주가 1년새 80% 급등 순채권국으로 지위 역전
가난 탈출 경제기적 이뤄
두바이쇼크 하루만에 극복… "5년내 세계 5강"
해외 우수 인력들 몰려오고 빈민층엔 싼값에 주택 공급
"룰라 보내주신 하느님 찬양"

브라질이 '잠재력의 나라'에서 '강대국'으로 변신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잇달아 유치했다. 브라질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장 늦게 들어와 가장 빨리 탈출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경제규모 세계 8위인 브라질은 5년 뒤 세계 5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현지의 역동적인 모습을 3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이곳 예수상이 팔을 벌리고 있는 이유를 아세요?"

지난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한 코르코바도 예수상 앞. 카밀라(여·26)씨가 자욱한 안개에 싸인 예수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세상의 돈이 리우로 다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카밀라씨는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회의 참석차 리우로 왔다. 20여분쯤 기다리자 안개에 싸인 예수상이 모습을 드러냈고,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카밀라씨의 말처럼 이곳엔 '예수'가 두 팔로 안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주(州)정부 청사에서 만난 현지 개발공사의 에스텔라 알메디아(Almedia) 사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확정된 투자규모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월드컵과 올림픽을 위한 투자를 빼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유·조선·물류 등 리우주(州)에 확정된 투자액만 650억달러"라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계획이 100억달러 이상 더 늘어났다"고 했다.

알메디아 사장은 리우 올림픽 투자액을 약 300억달러로 추산했다.

브라질 증시의 활기는 역동적인 브라질 경제를 상징한다. 브라질 주가는 올 한해 80% 이상 급등했고,‘ 두바이 충격’도 단 하루 만에 극복했다. 사진은 상파울루 금융 가에 있는 브라질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증시 마감 직전 환호하는 모습./블룸버그뉴스
브라질은 GDP(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해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보다 작다. 대신 양대 이벤트를 통해 국가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우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상파울루~리우 간 고속철도 건설과 철도·통신·보안 인프라를 한꺼번에 개선할 계획이다. 또 스포츠에 열광하는 국민정서를 이용해 고질병이었던 범죄율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있다(한국외대 조희문 교수).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파울루 무역관의 김건영 관장은 "현재 세계 8위인 경제 규모를 5년 뒤인 2014년에 세계 5위로 키운 뒤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브라질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이런 낙관은 무엇보다 최근의 경제 상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는 144만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주가는 1년 새 80% 이상 급등해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계획이 발표되고, 해외의 우수 인력들이 몰려들면서 지적(知的) 인프라도 함께 갖춰지고 있다.

지난 6일 상파울루 시내의 한 호텔. 파비아나 파리아(Faria·여·31)씨가 남자 친구 지오반니 벨리시(Bellissi·27)씨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 남자 때문에 브라질로 왔어요." 파리아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브라질로 영구 귀국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1994년 브라질의 극심한 불황에 지쳐 브라질 사업을 접고 가족과 미국 이민을 떠난 지 14년 만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월트 디즈니의 이벤트 담당 프로듀서로 일했다. "미국에서도 돈을 많이 벌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브라질에서도 이벤트 사업을 해 거의 같은 수입을 올릴 수 있어요. 브라질엔 여유와 사랑과 돈이 있지만, 미국엔 돈밖에 없어요."

스페인계 은행의 인수·합병(M&A)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 친구 벨리시씨는 "이건 정말 기적 같은 건데…, 우리가 빚보다 빌려준 돈이 더 많은 순채권국이 됐어요. 믿어져요? 한국도 순채권국인가요?" 과도한 외화 부채로 수십년간 외환위기에 시달리던 브라질 사람들에게 순채권국이란 사실은 역사적 전환이었다.

지난 5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 쇼핑센터의 LG전자 매장에서 쇼핑객들이 가전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LG전자는 브라질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LCD TV 수요에 맞추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LCD TV 조립 부품을 비행기로 실어나르고 있다./상파울루=조의준 특파원
최근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는 브라질 증시는 '두바이 충격'도 단 하루 만에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했다. 옥스퍼드대학을 나와 영국 런던의 금융가 시티에서 일하던 올리버 레이랜드(Leyland)씨는 지난해 12월 미래에셋 브라질 법인의 펀드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런던은 이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다. 이곳은 수많은 기회가 있고 날씨·음식·파티까지 모든 게 런던보다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또 "기업 미팅에 나가보면 지난해부터 많은 미국인들이 이곳 상파울루로 넘어와 일한다. 미국 경기 침체가 실감난다"고 했다.

중산층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복지정책의 확대가 맞물려 지난 4년간 무려 3000만명이 빈곤층을 탈피했고, 2000만명이 중산층으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이 2배나 올랐음에도 브라질 기업들은 순항하고 있고, 소비 지출은 연평균 28%씩 늘어났다.

지난 5일 상파울루 시내 근처 CD HU(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아파트. 총 180가구가 있는 이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최저생계비 수준을 버는 영세민들이지만 한달에 170헤알(약 12만원)만 내면 방 2개짜리에 살 수 있다. 그것도 15년 동안 계속 내면 소유권이 세입자에게 이전된다. 소니아 마리아(여·54)씨는 "6년 전 여기에 입주하기 전까지는 일정한 주소가 없어서 직장을 구할 수가 없었다"며 "룰라 대통령을 보내주신 하느님을 찬양한다"고 말했다.

마리아씨는 정부로부터 받는 월 450헤알의 최저생계비와 경비원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아파트를 보여주며 "(안방의 32인치 소니 LCD TV를 가리키며) 돈을 알뜰하게 모으면 이런 것도 살 수 있다"고 자랑했다. 거실에는 삼성 TV와 소니 오디오가 있었다. 지난 1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만난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는 브라질 시장의 경쟁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을 놓치면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북미(北美)인 멕시코에 있는 중남미 지역본부를 브라질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경제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통한다

 

입력 : 2005.11.18

 

BRICs의 기회와 위협
삼성경제연구소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330쪽 | 1만5000원

BRICs는 2000년 이후 세계경제 무대에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다. BRICs란 말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가 2003년 10월 발표한 투자전략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골드만 삭스는 ‘BRICs와 함께 꿈을:2050년으로 가는 길(Dreaming with BRICs: The Path to 2050)’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네 나라의 영문 이니셜을 따 ‘BRICs’라고 불렀다.

BRICs는 세계경제 질서의 급속한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축이다. 과거 선진국이 주도했던 세계통상 무대는 물론이고 상품·노동·자본 등 국제 생산요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계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BRICs는 인구대국이며 자원부국이다. 이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발언권을 높이고 있다.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BRICs는 이미 전방위(全方位)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기업도 이제 BRICs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의 성장률 증감, 인도 증시(證市)의 등락,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 수급과 브라질의 통상정책 등 이른바 ‘BRICs 변수(變數)’를 고려하지 않고는 국가도, 기업도 글로벌 생존 전략을 짤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특히 수출 전략이 경제 전체를 좌우하는 한국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BRICs 국가와의 종합적인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재경·외교·산자·정통부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BRICs 협력지원반’을 발족시키고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BRICs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종합정보센터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게 ‘세계경제는 BRICs로 통한다’는 현실인식에 근거한다.

‘BRICs의 기회와 위협’은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BRICs 경제의 중요성을 재조명한 책이다. BRICs에 관해 서적은 지금까지 다수 출간됐지만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네 나라 경제에 대한 이론적, 통계적 접근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BRICs의 기회와 위협’은 삼성연구소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상파울루·모스크바·뉴델리 현지 무역관이 함께 집필한 ‘실전형(實戰型) BRICs 연구서’다. 그동안 중국에 대한 연구는 방대하게 이루어져온 점을 감안해 중국을 빼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세 나라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 책은 ‘BRICs에 대한 환상(幻想)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인도에는 허약한 산업구조와 비효율적인 정책 집행, 종교적 지역적 갈등이란 리스크가 있다. 브라질에는 세계 최고의 금리 수준과 외부 충격에 상시 노출된 경제구조, 고율의 세금과 복잡한 법체계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는 부정부패와 지하경제, 인플레이션 가능성, 복잡한 인종 분쟁이란 위험 요소가 상존한다. 따라서 BRICs로 가려면 ‘기회’와 ‘위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 또 같은 BRICs라도 국가별로 차별적인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현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BRICs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미래시장인 BRICs를 절대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BRICs 국가들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많지만 그보다는 잠재력과 성장성을 보고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준 논설위원 jun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