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발 자동차

거듭난 삶 2010. 2. 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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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契'까지 만들게 했던 手製 시발 자동차

국산 자동차

"제날짜에 차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 회사 사무실로 몰려와 소란을 피웠고, 공급이 부족해 차 값이 오르자 부유층 부인들은 '시발 계(契)'까지 만들었다." (김은신 엮음, '이것이 한국 최초')

전쟁 직후인 1955년 서울 종로에 있던 한 사무실은 손님과 구경꾼이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자동차 정비업을 하던 최무성씨가 그해 8월 4기통 엔진에 전진 3단·후진 1단 변속기를 장착해 만든 6인승 지프형 승용차를 보기 위해서다. 최씨는 차의 이름을 '첫 출발'을 의미하는 '시발(始發)'로 지었다. 국산 1호 차가 탄생한 순간이다.

시발은 수제(手製) 승용차였다. 엔진과 변속기는 미군이 사용하던 지프형 차의 부품을 활용했고, 차체는 미군 부대에서 나오는 드럼통을 망치로 펴서 만들었다. 주요 부품을 미국 차량에서 가져왔지만 시발을 국산차 원조로 보는 이유는 실린더 헤드 등 엔진 부품을 한국 기술자가 공작기계로 깎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조 방식 때문에 초기에는 시발차 한 대를 만드는 데 4개월이 걸렸다.

1957년에는 9인승 '시발 세단'도 출시됐다. 6기통 엔진을 얹은 정원 9인승 차로, 당시 대한뉴스는 시발 세단이 최고 시속 80마일(약 128㎞)을 내고 가격은 대당 270만원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시발은 1963년까지 약 2000여대가 생산된 뒤 단종됐다.

자동차 인기가 석유 파동을 일으킬 것을 염려한 정부가 1957년부터 자동차 등록 대수를 제한한 데다, 1962년부터는 닛산과 합작한 새나라자동차가 닛산의 블루버드 반(半)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판매하면서 시발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서 밀려난 시발은 일부 지방 택시업체들에 싼값에 '땡처리' 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자동차는 1975년 12월 생산이 시작된 현대차의 '포니'. 포드와의 합작을 포기하고 독자모델 개발에 나선 현대차는 이탈리아 업체에 의뢰 독자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비록 엔진 등 주요부품은 미쓰비시에서 들여왔지만, 포니의 개발로 한국은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고유 모델을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포니는 판매 시작 첫해인 1976년 1만726대가 팔렸고 그해 7월 에콰도르로 5대가 수출돼 국산 1호 수출차로도 기록됐다. "독자모델 개발은 회사를 들어먹는 일"이라는 회사 안팎의 우려를 이기고 포니를 성공시킨 현대차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310만6000대를 판매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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