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제3세계 여성인권 실태

거듭난 삶 2010. 2. 1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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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제3세계 여성인권 실태 보고서 [연합]

 

2010.02.13

`절망 너머 희망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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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노예, 명예살인, 약탈혼, 여성 할례…. 같은 시대에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지구 어느 한 편에서는 벌어지고 있다.

'절망 너머 희망으로'(에이지21 펴냄)는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여성 학대의 충격적인 실태를 세세하게 전하는 종합 보고서다.

저자인 뉴욕타임스 중국 특파원 출신 니콜러스 크리스토프와 뉴욕타임스 일본ㆍ중국 특파원을 지낸 셰릴 우던 부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과 빈국을 돌며 매음굴에서 겨우 빠져나온 여성들, 부족과 가정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 그런 여성들을 도우려 애쓰는 인권운동가들을 만났다.

책에 실린 수많은 사례는 한 마디로 처참하다.

어렸을 때 돈에 팔리거나 불법 조직에 납치당해 사창가로 끌려온 여자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지속적인 성폭행과 출산, 성병에 노출된다. 포주들은 성 노예 여성이 낳은 아이를 여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볼모로 삼고 다시 매춘부나 심부름꾼으로 키우려 빼앗는다.

여성의 가치는 처녀성과 생식 기능에 있다고 믿는 부족 마을에서 자란 여자는 자신을 보쌈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거부하면 '전통'을 깼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남자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도 법관의 비웃음만 산다.

부족간 분쟁이 일어나면 무장대원들이 상대 부족의 여자를 집단강간해 '힘'과 '명예'를 과시한다.

죽어가는 아들과 아내 가운데 하나만 살릴 돈이 있는 남자는 주저 없이 다시 사오면 되는 아내를 버리고 소중한 아들을 택한다.

저자들은 학대로 다치고 병들고 죽어가는 개도국과 빈국의 여자들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대신 피해 여성들의 다양한 증언을 직접 책에 옮겨 실어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자신을 잡아 가둔 조직에서 도망 나오거나 인권단체를 찾아 보호를 요청한 여자들이 담담하게 풀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는 그대로 생생한 실태 고발이 된다.

저자들은 실상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깥 세계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들은 개도국과 빈국의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인권을 보호받는 길은 국제사회의 움직임뿐인데, 국제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개개인의 관심과 행동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머지않아 성 노예, 명예 살인, 염산 테러도 전족의 악습처럼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질 것이지만, 그러한 변화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이 납치돼 사창가로 끌려가느냐가 문제"라며 "역사적 흐름에 동참하느냐 방관자로 머무느냐는 우리 각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방영호 옮김. 428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