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5일. 스트레스성 복부 통증을 느낀 직장인 김모씨는 진찰을 받기 위해 서울 시내 존스 홉킨스 대학 병원에 갔다. 한국어 통역의 도움으로 외국인 의사가 진료를 맡았다. 김씨의 아이들은 주말에 경기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에 놀러갈 생각에 들떠있다. 김씨의 5세대 아이폰에서는 한국에 이민 비자를 신청하는 유럽인들이 크게 늘었다는 뉴스가 떴다. 마침 회계사인 여동생이 중국 회계법인 시장 개방에 따라 취업 인터뷰를 보러 중국으로 출국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소 소설 같은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10년 후 한국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국경제가 대공황 같은 초대형 악재없이 순항한다면 2020년이면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둘 수 있다. 본지가 창간 90주년을 맞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 주요 분야별로 '10년 후 한국'을 예측한 결과, 우리나라가 잠재 성장률 4% 이상을 이어갈 경우 현재 2만 달러 안팎 수준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3만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2020년이면 3만7885달러를 기록해 4만달러에 근접해간다. 현재의 일본(3만8457달러)이나 싱가포르(3만8972달러)·이탈리아(3만8996달러) 수준으로 1인당 GDP가 커진다는 뜻이다. 한층 고급화되고 씀씀이가 커진 한국 소비자들을 잡으려고 해외 일류 병원이나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레저업체들은 한국에 진출해 토종 업체들과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한국 경제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몇년간 10~15위권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했던 한국 경제규모(작년 9844억달러)는 10년 후엔 1조8687억달러로 커져 확실히 세계 랭킹 10위권에 올라설 전망이다.
- ▲ 10년 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에 육박하게 되면 디즈니랜드에 놀러가기 위해 굳이 값비싼 비행기 삯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2020년에는 세계 유명 테마파크들이 전국 곳곳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조선일보 DB
반면 소득 양극화는 심화되고, 복지 지출 증가로 국가 빚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