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급하게 돈이 필요한 212명에게 연 120~68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서 이자로 33억여원을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모 대부업체 대표 백모(33)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이 업체 직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백씨 등은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대부업을 하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일부 채무자를 유흥주점에 접대부로 취업시켜 수입을 가로챈 혐의(금융이용자 보호법 위반)도 받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정해놓은 '법정최고이율'은 연 66%이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 등 사채업자에게 시달린 한 여대생과 그의 아버지가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2007년 3월 서울의 모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 A(당시 22세)씨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백씨의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빌렸다. 선이자로 50만원을 떼고, 90일 동안 매일 4만원씩 360만원을 갚는 조건(연리 345%)이었다.
하지만 쇼핑몰은 생각처럼 장사가 잘되지 않았고, 하루에 4만원씩 돈을 갚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씨가 제때 빚을 갚지 못하자 김씨 일당은 ‘꺾기’ 수법으로 이씨의 빚을 500만원으로 늘린 뒤, 100일 동안 매일 6만원씩 모두 600만원을 갚도록 했다.
'꺾기’는 채무자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하면 갚지 못한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서 다시 빌려주는 식으로, 원금이 불어나게 만드는 수법이다. 그때마다 선이자를 떼고 수수료를 물릴 뿐 아니라, 이자율도 올린다. ‘꺾기’를 반복하면서 이씨의 빚은 1년 만에 1500만원으로 불었다.
그러자 백씨 측은 A씨에게 유흥업소에 나가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강요했고,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접대부로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백씨는 유흥업소 ‘마담’인 최모(여 41)씨와 짜고 A씨가 벌어들인 1800만원을 가로챘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고서도 백씨 등은 “아직도 빚이 남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A씨의 부모에게 알리고 딸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의 아버지는 딸이 사채에 허덕이다 유흥주점 접대부로 나선 사실에 충격을 받고, 지난해 11월 딸을 목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자신도 경기도 평택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백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사채 장부 등을 토대로 또 다른 추가 피해사례가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