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정동영, 출마보다는

거듭난 삶 2009. 3. 2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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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신문

 

정동영, 출마보다는 ‘강한 야당’ 건설에 나서라
사설
한겨레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이 귀국해 4·29 재선거 출마 채비를 본격화하면서, 제1 야당인 민주당 안이 시끄럽다. 그제 저녁 정세균 대표와 정 고문이 3시간여 만나 담판을 벌였으나, 의견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정 고문의 출마에 부정적인 최고위의 의견을 전달했고, 정 고문은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앞세우며 출마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당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며, 파국을 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정 고문도 어제부터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을 두루 만나 의견을 수렴한 뒤 다시 만날 것이라고 말해, 타협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정 고문의 출마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우선, 지난 대선 때 최대 표차로 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대선에서 고정 지지층의 절반 가까이를 잃었고, 이것이 지금 약체 민주당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는 대선 패배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이곳에 뼈를 묻겠다”고까지 약속했다. 지역구를 옮기는 것이 법률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는 하나, 정치인이 말을 바꾸려면 이전의 말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그는 대선후보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말에 대한 책임도 더욱 크게 져야 한다.

이참에 정세균 대표의 민주당 지도부도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사회분열과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의 폭주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10%대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현 지도부의 무능이 정 고문의 출마를 자초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는데 제1 야당마저 정 고문 출마 문제로 분열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서민 대중이 될 수밖에 없다. 정 고문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도 강한 야당의 건설일 것이다. 정 고문이 큰 정치인답게 표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