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내수점유율 1위 등극..“위기를 도약으로”
지난 5일 방문한 현대차 터키 공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곳이었다.터키 이스탄불 남동쪽 120㎞ 거리에 있는 현대차 이즈밋 공장 역시 작년 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공장은 1997년 7월 동유럽 공략을 목표로 현대차의 첫 해외공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양산체제에 들어갔으나 금융위기의 최대 직격탄을 맞은 동유럽에서 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작년 말부터 생산 감축에 들어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즈밋 공장은 올 초만 해도 현대차의 5개 해외공장 중 생산량 감소폭이 가장 클 만큼 최대 위기를 맞은 사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서 현대차가 택한 전략은 터키의 내수시장 공략 강화였다. 본사는 동유럽의 경제가 ‘붕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며 ‘터키 속으로의 침투 작전’을 명령했다.
터키법인은 우선 차별화 마케팅에 주력해 차 안전성과 우수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또 택시 범퍼 무상교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택시기사를 활용한 구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장 경영을 독려하기 위해 전 주재원이 휴일도 반납한 채 토요일마다 딜러를 방문해 스킨십을 강화했다.
결과는 주재원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공격적인 홍보강화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가 1위로 올라섰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종인 ‘엑센트(국내명 베르나)’는 국민차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터키 관문인 아타튜르크 국제공항에 있는 택시의 절반 이상은 엑센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딜러들과의 유대 강화는 지난해 450대였던 딜러당 판매대수가 올해 9월 현재 600대로 33.3%나 증가하고 쇼룸(전시장) 판매성공률이 12%에서 25%로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터키법인의 내수 판매대수는 올해 1~9월 4만6천195대로 작년 동기보다 67% 증가했고 이 중 승용차는 4만2천297대로 88%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엑센트 판매는 2만4천464대로 단일 차종으로 가장 많았다.
더욱 기쁜 소식은 르노가 지난 11년간 독점해온 터키의 승용차 내수점유율 1위 자리까지 빼앗았다는 것이다. 르노의 점유율이 작년 15.0%에서 올해 15.3%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현대차는 9.3%에서 16.0%로 급상승했다.
터키에는 포드, 피아트, 도요타 등 8개 자동차 메이커가 진출해 있고 150개 모델이 판매될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의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곳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터키에서 지난해 64%였던 수출 비중은 올해 20%로 줄어든 반면 내수 비중은 36%에서 80%로 늘었다.
현대차는 내년 5월부터 i20 차종을 현지공장에서 생산해 내수 공략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내수점유율도 2013년 21%, 2015년 25%를 목표로 세웠다.
현대차 터키법인장인 엄광흠 전무는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내수 공략이라는 공격적 경영이 먹혀들면서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있다”며 “점유율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이제부터는 수성 전략에 치중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