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이 한국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표적 저출산 국가인 한국이 다문화 가정 덕분에 아기 울음소리를 다시 듣기 시작했지만 순혈주의에 젖은 한국에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29일 보도했다. NYT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증가는 한국 사회에 야누스의 얼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문화 가정은 심각한 고령화의 한국 사회 인구 구조를 젊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동화시키는 데 실패하면 유럽, 미국이 이미 겪는 소수 인종 문제, 빈곤 계층 문제 등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전남 영광의 한 종합병원 분만실을 조명했다. 올해 태어난 아기 132명 중 3분의 1이 다문화 가정 아기다. 10년 전엔 1명도 없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산모 자체가 없어 파리를 날렸던 병원이었다. 이 병원 간호사는 “그것은 옛날 일”이라며 “한국에 시집와 출산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늘면서 이제는 ‘힘 주세요’라는 말을 중국어 베트남어 필리핀어 등 몇 개 나라말로 해야 할 판”이라며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영광의 사례는 한국 도처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됐다. 이는 성비 불균형으로 짝을 찾지 못한 농촌 총각들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한국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는 지난해 말 5만8000명에서 올해 5월 10만7600명으로 크게 늘었다. 19세 이하 아동 1200만명의 약 1%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20년엔 9명 중 1명이 다문화 가정 자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징조는 벌써 나타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초등학교 중퇴율은 15.4%로 전체 평균의 22배나 된다는 것이다.
명지대 박화서 교수는 “순혈주의를 버리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저출산 상황에선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 외는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