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어떤 장로들과 한 변사 더둘로와 함께 내려와서 총독 앞에서 바울을 고소하니라

거듭난 삶 2024. 2. 1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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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 더둘로의 송사

[벨릭스 앞에 선 바울]

 

 

성 경: [24:1-9] 닷새 후에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어떤 장로들과 한 변사 더둘로와 함께 내려와서 총독 앞에서 바울을 고소하니라

2) 바울을 부르매 더둘로가 송사하여 가로되

3) 벨릭스 각하여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을 인하여 여러 가지로 개량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감사무지하옵나이다

4) 당신을 더 괴롭게 아니하려 하여 우리가 대강 여짜옵나니 관용하여 들으시기를 원하나이다

5)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염병이라 천하에 퍼진 유대인을 다 소요케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

6) 저가 또 성전을 더럽게 하려 하므로 우리가 잡았사오니

7) 당신이 친히 그를 심문하시면

8) 우리의 송사하는 이 모든 일을 아실 수 있나이다 하니

9) 유대인들도 이에 참가하여 이 말이 옳다 주장하니라.

 

 

 

[24:1] 닷새 후에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어떤 장로들과 한 변사 더둘로와 함께 내려와서 총독 앞에서 바울을 고소하니라

 

닷새 후에 - 이에 대해서는 예루살렘 출발 때부터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Meyer), 그보다는 가이사랴에 도착한 후부터 닷새 후라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Haenchen, Bruce, Holtzmann).

 

아나니아가 어떤 장로들과 한 변사 더둘로와 함께 - 대제사장 아나니아의 잔인한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23:2에서 밝힌 바 있는데,

 

(23:2 대제사장 아나니아가 바울 곁에 섰는 사람들에게 그 입을 치라 명하니)

 

여기서도 그의 집요한 악함이 드러난다. 아나니아는 바울이 전통적인 유대교 신앙을 떠났다는 종교적 이유 외에도 바울에게 저주를 당한 것에 대한

 

(23:3 바울이 가로되 회칠한 담이여 하나님이 너를 치시리로다 네가 나를 율법대로 판단한다고 앉아서 율법을 어기고 나를 치라 하느냐 하니)

 

개인적 증오심 때문에 가이사랴까지 찾아와 바울을 끝까지 해치려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로마 법정에서 바울에게 불리한 판결을 확실히 하기위해 한 변사(辯士)까지 동원하였다.

 

'변사'(레토로스) - 유대교의 법과 로마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두루 갖추고서 뛰어난 언변을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 변사를 데리고 온 것은,

 

(1) 바울을 고소하여 재판을 받게 하려면 로마법의 절차를 잘 알아야 했기 때문이며,

(2) 변사의 뛰어난 언변으로 로마법의 절차를 잘 알아야 했기 때문이며,

 

변사의 뛰어난 언변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변사의 이름 더둘로(Tertullus)는 당시 로마 세계에서 널리 쓰이던 이름이다.

아마 그는 헬라계 유대인이었을 것이다(Bruce).

 

한편 대제사장 아나니아와 몇 명의 장로들이 산헤드린 전체를 대표해서 온 것인지 아니면 바울에 대해 특별한 증오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특히 사두개인들, 23:6-9)이 사적(私的)으로 온 것인지 분명치 않으나 사두개인과 바리새인이 격렬한 논쟁 후에 쉽사리 화해할 수 없으리라고 볼 때 후자일 가능성이 많다.

 

 

 

[24:2] 바울을 부르매 더둘로가 송사하여 가로되 -

 

아나니아 일행의 고소가 접수되었고, 바울이 법정에 불려 나옴으로써 원고와 피고가 한자리에 모였고 재판장 벨릭스가 자리에 앉음으로써 재판은 시작되었다.

먼저 더둘로의 바울에 대한 고발 논고가 시작된다.

 

 

 

[24:3] 벨릭스 각하여 우리가 당신을 힘입어 태평을 누리고 또 이 민족이 당신의 선견을 인하여 여러 가지로 개량된 것을 우리가 어느 모양으로나 어느 곳에서나 감사무지하옵나이다 -

 

더둘로의 논고는 의례적으로 재판장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낯 간지러운 아첨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의 아첨의 요지는 벨릭스의 뛰어난 통치력으로 민족이 개혁되었고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내용이며 이에 대해서 언제 어디서나 환영하며 감사하여 마지않는다는 것이다.

더둘로의 이 말은 아첨 이상의 어떤 진실성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이 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총독 벨릭스의 상습적 잔혹 행위는 그 당시에 널리 알려졌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Josephus)에 의하면 벨릭스는 총독으로서의 특권을 이용하여 뇌물과 여색을 탐하는 등 온갖 악행을 도모하였으며, 특히 자신의 비위를 거스리는 자들은 암살자를 동원하여 살해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또한 타키투스(Tacitus)에 의하면 당시에 많이 일어났던 소요를 진압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강도떼들을 부추겨 약탈하도록 하여 그 약탈물을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나중에 벨릭스가 총독에서 물러나 로마로 소환되었을 때, 그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앞의 일들에 대해 유대인들이 탄원하였기 때문이었다.(Tacitus Ann, XII, 54).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찬사를 늘어놓는 더둘로의 의도는

 

(1) 당시에 벨릭스가 가지고 있던 반유대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며,

(2) 벨릭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거짓 찬사를 통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려는 것임이 명백하다.

 

 

 

[24:4] 당신을 더 괴롭게 아니하려 하여 우리가 대강 여짜옵나니 관용하여 들으시기를 원하나이다

 

괴롭게 아니하려 하여 - 이는 실질적으로 할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총독 벨릭스를 불편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간단하게 중심 내용만 말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으나 그 보다는 당시 관례적으로 법정에서 재판장에 대한 예의로서 한 언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더둘로의 변사로서의 노련한 언변을 엿보게 한다.

 

'괴롭히다'를 뜻하는 '엥콰토''방해하다'로 번역될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당신의 통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로 번역될 수 있다.(Preuschen).

 

대강 - '간단히'로 번역될 수도 있는데, 이 말은 필요한 부분만을 베어내는 것, 또는 필요한 부분 외의 것을 베어내 짧게 한다는 뜻이다.

 

 

 

[24:5]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염병이라 천하에 퍼진 유대인을 다 소요케 하는 자요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

 

염병 - 흑사병과 같이 전염성이 강하고 일단 감염이 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전염병을 가리키며, 형편없는 사람에 대한 욕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더둘로는 바울이 전한 도()가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그것이 마치 흑사병과 같이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고 잘라 말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흑색선전이었을 뿐이다.

 

여하튼 바울을 염병(染病)이라고까지 부른 것은 바울이 전한 그리스도의 복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 나갔음을 말해준다.

 

소요케 하는 자 - 아나니아 일행이 상당히 치밀한 준비를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어떤 문제가 벨릭스의 분노를 유발시킬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고소 내용의 제일 첫 번째 항목으로 그것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바울이 정치적 혁명 세력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벨릭스는 유대를 통치하는 동안 여러 가지 소요 사건들에 직면하여 그 주동자들은 물론 추종자들까지도 십자가에 처형시키는 방식으로 강경하게 진압했다.(Jos, Wars II).

 

그리고 그는 로마의 평화를 깨뜨리는 어떤 소요에 대해서도 즉시 잔인하게 진압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나사렛 이단의 괴수 - 이단(하에레시스)'선택하다', '더 좋아하다'를 뜻하는 '하이레오'에서 파생되어 어떤 '''당파'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며 종교적인 영역에서는 '정통 교리에 어긋나는 것을 택한 자' 혹은 '파당'을 가리킨다.

 

더둘로가 이 표현을 썼을 때 종교적 견해 차이에 중점을 두는 의미에서 '이단'(개역 성경)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로마에 저항하는 집단으로서의 '도당'을 뜻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런데 종교적 교리에 대한 차이를 가지고는 로마 법정에서 시비를 걸 수 없음을 더둘로 일행이 잘 알고 있었을 터인즉, 벨릭스가 그 말을 받아들일 때 후자의 의미로 생각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한편 예수를 따른 자들을 가리켜 '나사렛당'(Nazarenes)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곳이 유일한 경우이다. 이는 본래 예수가 나사렛 출신이었기 때문에 예수 이름 앞에 '나사렛'을 덧붙여 부른데서 시작되었다.

 

'괴수'(프로토스타테스)'첫째'를 뜻하는 '프로토스''서다'를 뜻하는 '히스테미'의 합성어로 '무리 중에 첫 번째 서 있는 자' '지도자''주모자'를 가리킨다.

 

여기서 우리는 더둘로가 바울을 정치범으로 몰고 가려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이는 예수께서 당하신 모함(謀陷)과 상당히 유사하다.

 

(23:2 고소하여 가로되 우리가 이 사람을 보매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 하니).

 

아마 누가는 주께서 당하신 고난을 제자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인식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24:6] 저가 또 성전을 더럽게 하려 하므로 우리가 잡았사오니

 

성전을 더럽게 - 성전 즉 종교에 관한 것은 로마 법정에서 죄의 유무를 판결하는 자료가 되지 못함을 저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매우 간략하게만 끝으로 언급하고 있다.

 

만약 여기가 유대교 법정이었다면 가장 먼저 중요하게 고발해야 할 제목이 '성전을 더럽히는 것'이고 반로마적인 행위에 관한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예수를 죽이기로 결심하게 만든 것이 성전 정화 사건이었고

 

(11:15-19 저희가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며

16) 아무나 기구를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치 아니하시고

17) 이에 가르쳐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 하시매

18)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듣고 예수를 어떻게 멸할까 하고 꾀하니 이는 무리가 다 그의 교훈을 기이히 여기므로 그를 두려워함일러라

19) 매양 저물매 저희가 성 밖으로 나가더라)

 

바울이 결정적으로 음모에 걸려든 것도 성전에서였다는 점은

 

(21:27-30 그 이레가 거의 차매 아시아로부터 온 유대인들이 성전에서 바울을 보고 모든 무리를 충동하여 그를 붙들고

28) 외치되 이스라엘 사람들아 도우라 이 사람은 각처에서 우리 백성과 율법과 이곳을 훼방하여 모든 사람을 가르치는 그 자인데 또 헬라인을 데리고 성전에 들어가서 이 거룩한 곳을 더럽게 하였다 하니

29) 이는 저희가 전에 에베소 사람 드로비모가 바울과 함께 성내에 있음을 보고 바울이 저를 성전에 데리고 들어간 줄로 생각함일러라

30) 온 성이 소동하여 백성이 달려와 모여 바울을 잡아 성전 밖으로 끌고 나가니 문들이 곧 닫히더라)

 

주님과 제자의 고난에 있어서 또 다른 공통점을 보여준다.

 

한편 어떤 사본에는 '유대인들이 바울 문제를 스스로 처리하려고 했으나 천부장이 바울을 빼앗아갔다', 더둘로가 말한 내용이 들어 있지만 별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24:7] 당신이 친히 그를 심문하시면 - 만약 앞절에서 언급한 사본의 내용을 인정한다면 여기서의 '''루시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으로 보아 그렇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벨릭스가 더둘로의 말대로 심문한 사람은 바울이었고 루시아를 부르도록 조치하거나 재판을 연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24:8] 우리의 송사하는 이 모든 일을 아실 수 있나이다 하니 - 총독 벨리스가 직접 심문하면 고발한 모든 내용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고소인들에게 명령하여 각하께 나오라고 하였으니 각하께서 친히 그를 심문하시면 우리가 그를 고소하는 이 모든 일에 관하여 아실 수 있으리이다, 하매)(한글KJV).

 

더둘로가 이렇게 자신있게 말한데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긴다.

바울이 그의 고발 내용을 시인하리라고 보았는가? 만일 그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이는 판단 착오일 뿐이다. 아니면 동료들을 동원하여 압력을 가할 셈이었는가?

 

(23:13-25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관원들과 백성을 불러 모으고

14) 이르되 너희가 이 사람을 백성을 미혹하는 자라 하여 내게 끌어왔도다 보라 내가 너희 앞에서 사실하였으되 너희의 고소하는 일에 대하여 이 사람에게 죄를 찾지 못하였고

15) 헤롯이 또한 그렇게 하여 저를 우리에게 도로 보내었도다 보라 저의 행한 것은 죽일 일이 없느니라

16) 그러므로 때려서 놓겠노라

17) (없음)(개역한글)

17) (이는 그 명절이 되면 그가 필연적으로 반드시 한 사람을 그들에게 놓아주어야 하기 때문이더라.)(한글KJV)

 

18) 무리가 일제히 소리질러 가로되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 주소서 하니

19) 이 바라바는 성중에서 일어난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러라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고자 하여 다시 저희에게 말하되

21) 저희는 소리질러 가로되 저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하는지라

22) 빌라도가 세 번째 말하되 이 사람이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나는 그 죽일 죄를 찾지 못하였나니 때려서 놓으리라 한대

23) 저희가 큰 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 박기를 구하니 저희의 소리가 이긴지라

24) 이에 빌라도가 저희의 구하는 대로 하기를 언도하고

25) 저희의 구하는 자 곧 민란과 살인을 인하여 옥에 갇힌 자를 놓고 예수를 넘겨주어 저희 뜻대로 하게 하니라)

 

어쨌든 분명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궤변적, 허위적 자신감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

 

 

[24:9] 유대인들도 이에 참가하여 이 말이 옳다 주장하니라.

 

유대인들도 - 본문은 아나니아 일행이 예루살렘을 떠나올 때 장로들 외에 다른 유대인들도 데리고 왔음을 시사한다. 아마 자기들의 위세를 과시하고 많은 증인이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자기들의 의도대로 판결을 끌고 가려는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