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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막살이 집 한 채
-이기철
시든 채송화의 얼굴 곁에 앉으면
잊고 있던 농기구 의 이름이 떠오른다
청석 밭에 자라던 갯풀 이름이 떠오르고
무 뽑힌 백 평의 빈 밭이 떠오른다
초겨울엔 바람 차가와 밤벌레들 울지 않고
여울물 소리 그칠 때
풀잎이 무거운 이마를 숙인다
주름 많은 가업들이 골마다 누워있고
작은 씨앗들은 맹목으로 자라
포만한 들 가운데 숙연한 생애를 붇는다
누가 들길 밖에 나아가 잎 벗은 나무로
설 수 있을까
누가 무욕으로 저 산하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하늘엔 추운 새 날고
마음엔 채찍질 잦아
이 겨울에는 아무래도 무너지고 말
적은 누에도 자주 묻히던
오막살이 집 한 채
출처 : 莊安
글쓴이 : 장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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