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일 오전 종로구 수송동 외교통상부 여권과 영주귀국신고 창구에서 한 민원인이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연합
역이민자는 1970년대∼1980년대 이민을 떠났다가 나이가 들면서 고향을 그리워해 돌아오는 이들이 다수다. 이 시기 해외이주자는 매년 4만 명 안팎에 이르렀다.
먹고 살기 팍팍했던 시절, 한국을 떠나 ‘기회의 땅’인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이주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개 30∼40대였던 이들은 20∼30년이 지난 현재 60대에서 70대가 됐다.
지금까지는 아이 커가는 재미에 쉽지 않은 이국(異國)에서의 삶을 견뎌냈지만 자녀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역이민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1970년대 이민을 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이은미(66. 가명) 씨도 그렇다.
이씨는 “미국에서 낳은 외아들이 2년 전 결혼하고 뉴욕에서 떨어져 생활하면서 외로움이 커졌다”면서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가 친척들과 정을 나누며 사는 게 좋지 않나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 관계자는 “70년대에 오셨던 분 중에서는 고향 땅에서 죽고 싶다며 역이민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퍼져 있다”면서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유지해 혜택을 받으면서 생활은 한국에서 하는 사람도 꽤 된다”고 말했다.
작년 영주귀국 신고자 중 875명(20.3%)이 노령이 이유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별히 이유를 적지않은 1천851명(43%)의 대다수가 노후를 한국에서 보내려고 ‘유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 영주귀국신고센터 관계자는 “신고 사유를 적지않아 여쭤보면 대부분 ‘그냥 고향에서 살고 싶어 돌아왔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한국에 기회 많아”..국력신장도 배경
최근 역이민을 선택하는 청장년층 중에서는 한국을 오히려 ‘기회의 땅’으로 여겨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8년 호주에 기술이민을 떠났던 김민철(35. 가명) 씨는 역이민을 고심 중이다.
한국에서 자동차관련 대기업에서 일했던 김씨는 공교롭게도 호주 이민 시기와 세계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원래 가지고 있던 기술과 동떨어진 세차장, 초밥가게 등을 전전해야 했다.
김씨는 “가족중심 문화 등 호주생활이 만족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내 경력에 맞지 않는 직업에 대한 실망도 적지 않다”면서 “아직 이민 온 지 얼마 안 되지만, 한국의 경제사정이 나은 것 같아 돌아갈까 고민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이승한 씨도 “세계 경기침체에서 회복되는 속도만 봐도 미국의 상황이 한국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 한인회 박화중 사무장은 “미국이 옛날보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이유로 역이민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한국의 경제 수준이 올라와 능력있는 젊은 층은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더 많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작년 영주귀국 신고자 중 국내 취업이 이유인 이들은 사유별 통계를 집계한 2006년(556명) 이후 2007년 597명, 2008년 715명, 2009년 732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유지한 채 국내에서 취업한 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과거 통계를 봐도 한국의 국력과 역이민자 추이는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드물었던 역이민자는 1980년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이 수반되면서 서서히 늘어나 1990년대 중반에는 매년 5천 명 안팎까지 증가했다.
역이민자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많이 감소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전환점으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역이민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런 추세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