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World Skills 2009)에서 통산 16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기능 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은 45개 종목(40개 출전) 중 35개 종목에서 입상해 모든 분야의 기능이 탁월함을 입증했다.
한국 대표팀은 7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캘거리 스탬피드 파크에서 열린 세계기능올림픽에서 40개 종목의 성적을 집계한 결과 금메달 13개, 은메달 6개, 동메달 5개, 우수상 11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지난 1일 개막해 7일 폐막하는 이 대회는 총 45개 종목을 겨루며, 한국 대표팀은 일본 스위스 브라질 등 2위 그룹과 메달 격차를 크게 벌려 우승이 확정됐다.
- ▲ 30년 만에 기능올림픽 공업전자기기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공군 교육사령부 허영환 하사. 현역 군인이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것도 30년 만에 처음이다. / 연합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기능올림픽은 22세 이하(통합제조 및 메카트로닉스는 만 25세 이하)의 젊은 기능인들이 기술을 겨루는 종합대회다. 선반, 금형, 자동차, 전자 등 공업 분야를 비롯해 디자인, 요리 등 서비스 분야도 포함돼 있다.
최근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선진국들이 제조업 분야의 기능인력 양성에 집중 투자하면서 이번 캘거리 대회에서는 각국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다. 브라질과 호주 등도 급성장했고, 전통의 라이벌 일본도 한국을 꺾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은 45개 종목(40개 출전) 가운데 35개 종목에서 입상해 모든 분야의 기능이 탁월함을 입증했다. 유재섭 선수단장(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고전 끝에 얻은 우승이라서 결과가 더 값지다”라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은 고교생과 대학생이 주축을 이뤘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기업체 직원도 일부 참가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CNC 밀링, CNC 선반, 금형, 자동차 차체수리, 실내장식, 공업전자기기, 요리, 조적(벽돌쌓기), 귀금속 공예, 타일, 통합제조, 모바일 로보틱스, 철골 구조물 분야에서 우승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금속 기계 건설 전자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과시했고, 서비스 분야도 급성장했다.
특히 공군 교육사령부에서 하사로 복무중인 현역 군인 허영환(20)씨는 공업전자기기 종목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현역 군인의 국제기능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1979년 제25회 아일랜드 대회에서 타출판금 우승 이후 처음이고, 공업전자기기 금메달도 같은 해 이후 30년간 없었다.
한국은 지난 1967년 16회 스페인 대회에 첫 참가한 이래 모두 25차례의 기능올림픽에서 16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995년 프랑스 대회부터 2003년 스위스 대회까지 5연패를 이뤘고, 2007년 일본 대회에 이어 이번에 다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번 우승으로 기능강국의 입지를 재차 과시하긴 했어도 아직 ‘기능 선진국’에 진입하기에는 멀었다는 비판도 있다. 세계 일류 수준의 기능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흡수되지 못한 채 대외용 자랑거리에 그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기능인이 홀대받는 문화 때문에 전문계고 졸업자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실정이다. 전문계고도 기능인 양성이라는 본래 역할을 포기하고 상급학교 진학에 힘을 쏟는 파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승직 한국선수단 기술대표는 “기능인을 우대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우’만 한다면 문제가 풀린다”며 “기능교육 자체가 직업을 보장하고 비전을 가지도록 하며 뛰어난 기능인은 국가 브랜드가 되도록 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능인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도록 기업체에 숙련급 도입을 장려하는 쪽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