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바울이 곁에 섰는 백부장더러 이르되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하니

거듭난 삶 2024. 2. 9. 00:19
728x90

바울의 로마 시민권

 

성 경: [22:22-30] 이 말 하는 것까지 저희가 듣다가 소리질러 가로되 이러한 놈은 세상에서 없이 하자 살려둘 자가 아니라 하여

23) 떠들며 옷을 벗어 던지고 티끌을 공중에 날리니

24) 천부장이 바울을 영문 안으로 데려가라 명하고 저희가 무슨 일로 그를 대하여 떠드나 알고자 하여 채찍질하며 신문하라 한대

25) 가죽줄로 바울을 매니 바울이 곁에 섰는 백부장더러 이르되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하니

26) 백부장이 듣고 가서 천부장에게 전하여 가로되 어찌하려 하느뇨 이는 로마 사람이라 하니

27) 천부장이 와서 바울에게 말하되 네가 로마 사람이냐 내게 말하라 가로되 그러하다

28) 천부장이 대답하되 나는 돈을 많이 들여 이 시민권을 얻었노라 바울이 가로되 나는 나면서부터로라 하니

29) 신문하려던 사람들이 곧 그에게서 물러가고 천부장도 그가 로마 사람인 줄 알고 또는 그 결박한 것을 인하여 두려워하니라

30) 이튿날 천부장이 무슨 일로 유대인들이 그를 송사하는지 실상을 알고자 하여 그 결박을 풀고 명하여 제사장들과 온 공회를 모으고 바울을 데리고 내려가서 저희 앞에 세우니라.

 

 

[22:22] 이 말 하는 것까지 저희가 듣다가 소리질러 가로되 이러한 놈은 세상에서 없이 하자 살려둘 자가 아니라 하여 -

 

바울의 조심스러운 연설을 잠잠히 듣던 무리들은 바울의 이방선교 소명(召命)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치 휴화산이 폭발하듯이 다시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다시금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21:36 이는 백성의 무리가 그를 없이 하자고 외치며 따라 감이러라).

 

오히려 '살려둘 자가 아니라'는 첨가어는 상황이 더 악화되었음을 말해준다.

배타적이며 완고한 선민의식과 이방인에 대한 우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들의 전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22:23] 떠들며 옷을 벗어 던지고 티끌을 공중에 날리니 -

 

격렬한 분노와 흥분으로 인하여 종잡을 수 없이 설치고 날뛰는 난폭한 군중들의 모습을 매우 현장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떠들며, 던지고, 날리니의 세 가지 표현은 극한 감정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구약성경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으며 대개 비통, 울분, 애통함을 표현하는 행위로 묘사된다.

 

(2:12 눈을 들어 멀리 보매 그 욥인줄 알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그들이 일제히 소리질러 울며 각각 자기의 겉옷을 찢고 하늘을 향하여 티끌을 날려 자기 머리에 뿌리고;

 

삼하 16:13 다윗과 그 종자들이 길을 갈 때에 시므이는 산비탈로 따라가면서 저주하고 저를 향하여 돌을 던지며 티끌을 날리더라;

 

18:19 티끌을 자기 머리에 뿌리고 울고 애통하여 외쳐 가로되 화 있도다 화 있도다 이 큰 성이여 바다에서 배 부리는 모든 자들이 너의 보배로운 상품을 인하여 치부하였더니 일시간에 망하였도다).

 

혹자는 본문에 묘사된 군중들의 상태가 바울을 돌로 쳐 죽일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Preuschen), 지금의 상황은 로마 병사들이 지켜 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덤벼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는 다만 즉각적인 분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22:24] 천부장이 바울을 영문 안으로 데려가라 명하고 저희가 무슨 일로 그를 대하여 떠드나 알고자 하여 채찍질하며 신문하라 한대

 

채찍질하며 신문하라 - 바울이 유대인 청중들에게 말할 때 아람어로 말했으므로

 

(21:40 천부장이 허락하거늘 바울이 층대 위에 서서 백성에게 손짓하여 크게 종용히 한 후에 히브리 방언으로 말하여 가로되),

 

천부장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다만 군중들의 흥분으로 보아 바울에게 무엇인가 잘못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여기서 채찍은 가죽 끈에다 쇳조각과 뼈를 매단 것이며 이것으로 심하게 맞을 경우 불구자가 되거나 죽기까지도 하였다.

 

이 채찍질은 로마인이 아닌 사람이나 노예를 심문할 때 사용하였는데, 지방에서는 자유인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채찍질을 가하여 심문하였다고 한다.

 

바울의 고백에 의하면 그의 전도 활동 중에 매를 맞는 고난을 많이 당했는데,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고, 태장(笞杖)을 세 번 당했고 한 번은 돌로 맞았다고 했었다.

 

(고후 11:24-25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25)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는데 일 주야를 깊음에서 지냈으며).

 

 

 

[22:25] 가죽줄로 바울을 매니 바울이 곁에 섰는 백부장더러 이르되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하니

 

가죽줄로 바울을 매니 - 당시에는 혐의자에게 채찍질을 가하기 위해 기둥이나 말뚝에 채짹질하기 좋은 위치와 자세로 묶었다. 이때 채찍질의 표적은 대개 등이었다.

 

로마 사람 된 자 - 바울은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고 로마시민의 권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당시에 로마 사람들은 발레리안 법(Lex Valeria)과 포르시안 법(Lex Porcia)에 의해 보호를 받았는데, 정당한 재판에의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채찍질은 금지되어 있었다.

 

만일 이 법을 어기고 함부로 채찍질을 가할 때는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뿐만아니라 쥴리안 법(Lex Julia)은 로마 시민들이 로마 법정에 호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것을 잘 알고 있는 바울이 아무런 혐의도 없고 재판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부당한 채찍질을 가하려 한데 대해 항의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22:26] 백부장이 듣고 가서 천부장에게 전하여 가로되 어찌하려 하느뇨 이는 로마 사람이라 하니

 

백부장이 듣고 가서 천부장에게 전하여 - 바울이 로마 시민이라는 말을 들은 백부장은 매우 당황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고한 로마 시민을 결박하여 채찍질을 가한 것은 명백한 범법(犯法) 행위였고 그것에 대한 처벌이 어떤 것인지는 백부장 본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2:27] 천부장이 와서 바울에게 말하되 네가 로마 사람이냐 내게 말하라 가로되 그러하다

 

네가 로마 사람이냐 내게 말하라 가로되 그러하다 - 백부장의 보고를 들은 천부장은 상당히 당황한 듯하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경우라면 피의자인 바울을 자기에게 불러 사실 여부를 묻는 것이 상례일 텐데 지금은 그가 직접 바울에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네가 로마 사람이냐"에서 '네가'의 위치가 강조적인 자리에 있는데 이는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천부장의 당황한 모습을 반영한다.

 

이에 비해 바울의 대답은 담담하고도 단호하다.

그는 자신이 로마 사람인 것을 애써 증명하려 하거나 설명하려 하지도 않고 단지 간단하게 그러하다고만 대답한다.

 

천부장은 바울의 단호한 대답에 대해 더 이상 의심을 갖지도 못하였다. 그것은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데서 드러난다.

 

한편 당시의 로마시민들은 '토가'(toga)라는 긴 겉옷을 걸침으로써 로마시민임을 나타냈다. 그러나 토가는 착용이 불편했기 때문에 국가적 행사 등이 있을 때 외에는 잘 착용하지 않았다.

 

만약 바울이 이 토가를 입고 있었다면 로마 군대에 의해 연행되지도 않았겠으나 그는 앞의 이유 외에도 민족적 배타성이 강한 예루살렘이었으므로 더더욱 그 옷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22:28] 천부장이 대답하되 나는 돈을 많이 들여 이 시민권을 얻었노라 바울이 가로되 나는 나면서부터 로라 하니

 

돈을 많이 들여 이 시민권을 얻었노라 - 당시에 로마 시민권은 로마인이 아니고서는 몇몇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매우 중요한 자격이었다.

 

그래서 로마 시민권은 정부의 고위층이나 로마를 위해 뛰어난 공헌을 했던 사람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주어졌다. 그런 만큼 로마 시민권을 가진 사람은 상당한 명예와 권리를 누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시민권이 뇌물에 의해 주어지기도 했고 로마 황제들이 국고를 충당하기 위해 시민권을 공개적으로 팔기도 했다.

 

특히 황제 글라우디오(Claudius) 때에는 그의 아내까지도 이 시민권을 팔아 치부(致富) 하였다고 한다.(Dio Cassius, History LX).

 

이 천부장의 씨족명이 글라우디오(Claudius)인 것을 감안할 때(23:26) 황제 글라우디오 치하에서 시민권을 산 것으로 보인다(Bruce, Longenecker).

 

(23:26 글라우디오 루시아는 총독 벨릭스 각하에게 문안하노이다)

 

이렇게 말하는 천부장의 생각에는 자기는 많은 돈을 들여 시민권을 샀는데 전혀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 초라한 바울의 외양을 볼 때 어떻게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는지 의아하다는 뜻이 있는 듯하다.

 

나면서부터 로라 - 이 말은 바울의 아버지가 로마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울의 가문이 언제, 어떻게 로마 시민권을 소유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대체로 그 가능한 방법은 다음 세 가지로 추측된다.

 

(1) B.C.171년경 다소가 헬라의 시()로 편입될 때 그 도시의 엘리트들이 로마시민으로 인정되었는데 바울의 선조도 그 엘리트들 중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2) 바울의 선조 중 누군가가 로마의 행정관이나 장군에게 지대한 공헌을 하여 그 대가로 시민권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3) 바울의 선조가 돈을 지불하고 취득하였을 것이다.

 

 

 

[22:29] 신문하려던 사람들이 곧 그에게서 물러가고 천부장도 그가 로마 사람인 줄 알고 또는 그 결박한 것을 인하여 두려워하니라

 

천부장도 그가 로마 사람인 줄 알고 또는 그 결박한 것을 인하여 두려워하니라 - 바울이 로마시민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를 심문하려던 자들은 물론 심문을 명령했던 최고 책임자 천부장도 두려움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는 재판에 의하지 않고는 로마시민을 결박하거나 매질을 가하지 못한다는 로마법을(25) 어겼기 때문이다.

 

(25 가죽줄로 바울을 매니 바울이 곁에 섰는 백부장더러 이르되 너희가 로마 사람 된 자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채찍질할 수 있느냐 하니)

 

천부장은 뒤에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허위 보고서를 총독에게 보냈다.

 

(23:26-27 글라우디오 루시아는 총독 벨릭스 각하에게 문안하노이다

27) 이 사람이 유대인들에게 잡혀 죽게 된 것을 내가 로마 사람인 줄 들어 알고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구원하여다가)

 

 

[22:30] 이튿날 천부장이 무슨 일로 유대인들이 그를 송사하는지 실상을 알고자 하여 그 결박을 풀고 명하여 제사장들과 온 공회를 모으고 바울을 데리고 내려가서 저희 앞에 세우니라.

 

결박을 풀고 명하여 제사장들과 온 공회를 모으고 - 바울은 로마인이었고 로마 법에 의하면 고소한 사람이 있어야만 심문할 수 있었으므로 고소자가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함부로 바울을 심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원인 규명을 해야 했고 또 그 문제가 종교적인 것이었으므로 산헤드린을 소집한 것이다.

 

이것은 천부장이 바울 사건에 대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지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흥분된 군중에 의한 여론 재판을 피하여 그래도 유대 민족의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에서 사실을 규명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사실상 산헤드린은 바울을 적대하고 그를 죽이기까지 하려는 무리들이 가득한 반() 기독교 집단이었고 거기에서의 심리(審理) 결과가 바울에게 불리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지만 천부장이 그것까지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여튼 바울이 산헤드린에 서게 됨으로써 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 참조 : (23).